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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하사의 현실을 제보하고 싶습니다

김주원
2025.01.13 추천 0 댓글 2

육군 하사의 현실을 제보하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육군 직업군인과 결혼할 예비신부입니다. 저와 남친은 이십대 초중반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상견례도 끝내고 지금은 남친이 일하는 부대 근처에서 같이 원룸 하나 구해서 동거 중이에요. 남친은 경기도에 있는 부대에서 복무하는 중이고, 주로 부교 문교를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입니다.

 

저는 원래 군대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었고, 할아버지가 육군 간부 출신이셔서 오히려 군인을 멋지다고만 생각해왔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멀리서만 보던 군인 가족의 삶은 정말 쉽지 않더군요.

 

잦은 훈련 및 당직으로 인한 외박과 그에 비해 훨씬 적은 월급
데이트할 때나 잠을 잘 때도 울리는 업무 전화벨 소리
초과 근무
간부를 무시하는 듯한 사회 대우
적은 인원 대비 과다한 업무


제가 이때까지 겪은 문제점을 이렇게 세 가지로 간소하게 추려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저 일들에 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제 남친이 요즘 따라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일하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면, 꼭 나오는 얘기는 "요즘 대대장님이 일을 많이 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퇴근이 늦어진 이유도 단지 대대장님이 창고 정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퇴근 시간 이후에도 창고 정리를 시키고, 대대장님이 보기엔 미흡하다는 이유로 초과 근무를 찍어놓지 않은 상태로 훈련이 끝나고 복귀한 첫 일과 날에도 휴식 시간이나 정비 시간 없이 더 시키거나 훈련을 밤 10시 이후까지 시키고, 그에 따른 초과 근무 지급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육군 규정상 제시되어 있는 두발 지침보다 훨씬 더 강화된 두발 지침 적용 등등... 그리고 제가 안쓰러웠던 것은, 일주일 동안 훈련 후 늦게까지 훈련을 해서 그런지 자면서 창틈으로 들어오는 불빛을 보며 "전조등 끄고 대대장님 저기 있으니까 알아서 눈치 봐" 라는 잠꼬대를 반복해서 약 30분간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훈련이 끝난 후 정비 및 휴식할 시간을 주지 않아서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잡니다. 훈련 후에도 초과 근무를 자주 하길래 일찍 좀 들어오라 닦달한 적도 많고, 그로 인해 싸우지 않아야 할 일로 다툼이 있었습니다. 매번 들어본 말은 훈련 후에도 계속해서 대대장의 이기적인 진급 욕심에 간부들에게 과도한 일(1인 3역)을 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많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 적은 페이, 훈련 후 정비 및 휴식은 전혀 배려되지 못한 행동 같습니다. 심지어 아이가 있는 간부들은 과도한 임무 및 업무로 인해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제가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아팠던 날에도 남자친구는 퇴근조차 하지 못하고 2시간 이상 일과 이후 업무 강요로 제 옆에 있지도 못했습니다. 나라를 지키러 가서 주변 사람까지 돌보지 못할 노동과 착취를 하는 게 맞을까요?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할 시간조차 주지 못하면서 나라를 지키라는 게 맞는 걸까요?

 

저는 처음에도 말했지만 군대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남자친구와 미래를 같이하기로 마음먹은 거지, 군대의 미래를 위해 군인 남자친구와 결혼을 결심한 건 아닙니다. 대대장의 개인적인 진급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아니죠. 군인이라 해서 말도 안 되는 양의 착취와 노동을 견뎌야 할 이유 또한 더더욱 없다고 생각됩니다.

 

진짜 옆에서 지켜보는 저도 정신병이 걸릴 것 같은데, 과연 간부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수 있나요? 아무리 직접 선택한 직업이라지만 이 일은 사람의 권리는 전혀 보장되지 않은 듯싶습니다. 누가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남친이 안타깝다가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들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댓글


-24년 5월 10일 제보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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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편을 올려서 소원 수리 바랍니다.
202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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