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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군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김주원
2025.01.13 추천 0 댓글 1

 

지금 우리 군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군 생활 이제 약 15년 어간의 육군 상사입니다. 아직 절반도 채 복무하지 못한 배울 게 많은 시기지만 점차 배움의 의지보다는 허탈감과 자괴감이 늘어나고 있어, 여기 계신 저보다 더더욱 현명하고 지혜로운 수많은 선후배님들께 대한민국 군의 미래를 묻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최근 군 관련된 소식들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고 있고, 뉴스뿐만 아니라 각종 유튜브들을 통해서도 다양한 내용의 사건과 사고, 비난 등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당장의 큰 것들만 보자면 채상병 사건, 신병교육훈련 중 발생하는 사고, 군 간부들의 지원율 하락과 연금개혁에 관련된 내용까지.. 이렇게 보다 보면 정말 문제점이 참 많은 조직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 우리의 군은 많이 투박했었습니다. 물론 제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투박함이 많았던 선배님들 때.. 그때 우리는 군뿐만 아니라 사회마저도 많이 투박했었습니다. 그러다 사회는 급변하게 되었고, 유연하지 못하면 부러지는 곳이기에 많이들 노력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변화하면 안 되는 조직문화로 인해 아직도 일부 지휘관들은 "나 때는 됐었는데,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들로 안 그래도 사람이 적어진 조직에 과중한 업무, 불필요한 행정, 여건 없는 희생 강요 등이 아직도 만연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군인정신으로 해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채상병 사건을 보며 저 높은 위치에 있는 지휘관이 제 안전을 위해 변명해대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안 좋습니다. 더 이상 지휘관을 보고 하는 군 생활은 끝난 듯합니다.

 

이젠 우리네 생활을 들여다봤습니다. 마트 한 번 가려면 30분은 운전하고 가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짜리 아파트에 가스비는 왜 이리도 많이 나오는지.. 아무리 틀어도 춥고, 아이가 아파 병원이라도 갈라치면 1시간은 가야 하고, 아이들을 공부시켜 주고 싶어도 주변에 학원은커녕 태권도만 겨우 보내는 처지.. 그런 와중에 아파트도 매우 좁네요. 곰팡이가 계속 펴대네요.

 

그런데 업무도 힘듭니다.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네요. 고생한 후배들 술 한 잔 사주는데 대리도 안 잡히고, 집으로 와라, "여보 미안한데 후배들 좀 불러도 될까? 아니.. 애들이 너무 고생했는데.. 아니 당신도 고생 많은 거 알지.. 미안해 미안해.." 그렇게 작게 실랑이하고 겨우 후배들이 집에 오면 곰팡이 핀 집에.. 좁디좁아 거실과 주방 어중간한 사이에 자리를 잡고.. 겨우 조촐하게 한상,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들은.. 과연 우리네처럼 군 생활을 하고 싶어 할까요?

 

라떼를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때 살던 그 집이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석기시대 동굴도 아니고... 계속 계속.. 주거마저도 무료로 준다고 살만한 시대는 지난 듯 하네요.

 

의. 식. 주 중 주거는 봤으니 거꾸로 가서 식을 보죠, 와중에 식비는 또 식권을 구매하라고.. 잠깐 중지했다만 언젠간 또 할 것이며.. 조금 신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 와중에 또 특정 은행만 써야 수수료를 안 낸답니다. 전방은 그 은행이 무조건 있는 줄 아십니까? 그 식권 사려 휴가를 가서 계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있더라도 차 타고 40분 가야 하니 옹기종기 평일에 모여서 TF로 간답니다.. 이게 무슨.. 게다가 수수료 5회 무료.. 당직 바뀌고 파견 끼어들거나 뭐 조금만 까딱하면 바뀌는 게 한두 개도 아닌데...

 

솔직히 말해서 밥값으로 내는 돈 얼마 안 되는 거 압니다. 참 구질구질하게 따지고 싶진 않은데 구질구질한 밥이 나오니 말합니다만.. 이 돈이면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조직이 단체 구매를 하는데 이게 최선인가요? 근처 농협에서 구매한다 해도.. 장애인과 연계된 회사에서 납품을 필수로 받는다고 해도.. 너무 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 간부들.. 자꾸 이런 대접 받으니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고 하는 겁니다.

 

아주 극소수의 인원들로 인해서 간부 전체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다들 진절머리 나서 나가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의는 뭐 재질이 안 좋다, 50만 이상이 입는 옷이 단체 생산인데 그 가격에 이퀄리티니 해봤자 이건 의미 없어 보여 딱히 말할 건 없네요. 툭하면 찢어지는 전투복이 전투를 위한 복장일까 싶네요.

 

이렇게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세 개 중 세 개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군이라는 조직이 살아가는데도 저런 모양인데 점차 사람은 줄겠습니다. 주변에 진급해서 딴 데 간다니 전역하는 후배들도 한둘이 아니고... 게다가 연금은 분명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도 눈에 보입니다. 그럼 이제 상원사들도 다 나가겠습니다. 이제 지원율도 다 부서졌네요. 올해 육군부사관 임관자가 몇인지 다들 알고 계시나요? 이젠 하사 간부들이 천연기념물보다 더 귀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군인에 대한 대우가 이 모양입니다. 당장 내년에 역전현상이 일어납니다. 국방부장관이라고 있던 분이 말하길 하사 봉급이.. ㅎㅎ

마지막으로 이제는 용사들 통제마저 쉽지 않습니다. 이번 각종 사고들로 인해서 더더욱 조심하는 문화가 생길 겁니다만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안전사항이고 또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보다 더더욱 한 걸음씩 앞서가는 분들께서는 필요에 의한 기준보다 가끔 과다할 때가 있습니다. 안전은 과하다 하여 과하지 않지만 태도적인 부분..

 

특히나 예의 없고 무례한 행동을 하는 용사에게마저도 마음이 아픈 친구니 이해하라며.. 직업의 안정성을 들먹이며 교육도 못해.. 징계도 수위가 높으면 안 돼.. 원래 그런 놈이라 생각하라며 아직 물들기 쉬운 다른 용사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악폐습을 쉬쉬하고 넘어갑니다.

 

이것도 뭐 일부 인원들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지만 부대에 꼭 한둘쯤은 데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실상.. 하사들은 선배들 시킨 거.. 일 배우랴 뭐 하랴 정신없어서 그나마 덜 느낍니다.. 상사들은 나이가 이제 슬슬 차가니 아무리 무례하더라도 위기 극복 능력은 한둘 있거나 용사들도 조심하죠.. 원사 선배님들.. 할아버지한테 누가 그럽니까.. 힘도 센 할아버지인데.. 그럼 남는 건 부소대장급들 중사들이 죽어납니다. 아니면 장교 소대장님들이나 이젠 중대장님들께서도 고생하시겠죠.. 아무리 이런 이야기 위에 해봐야 개인 능력 부족을 인증하는 꼴이니 말 못 합니다.. 이젠 하사도.. 중사도.. 상사도.. 원사도.. 각각의 이유로 전역을 생각하거나 힘들어들 합니다.

 

부대의 역사와 정통성을 가진 부사관들.. 부대의 허리라고 이야기하는 우리네 부사관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우리 군..

우리 군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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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6월 6일 제보
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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