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커뮤니티

자유

38년전 전역 전날 쓴 글이 있어....

-
익명
2024.12.20 추천 0 댓글 11

38년전 전역 전날 쓴 글이 있어.... 

.-너의 편안함을 위해- 

고요의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이밤,
너의 편안함을 위해
나는
이 밤을 기쁨으로 지새운다. 

봄매미를 찾아나선 훈련병들은
네가 내가 나무위 매미 명령에
맴맴거리다 못해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어머니 은혜를 부르며
흘러 내리는 눈물을 감춘다. 

칠흑의 어둠속에 나타난 처녀귀신
스물 둘 여린 병사는 그대가 너무나 이뻐 꼭 껴안는다
그대는 덩치 큰 유격장 조교
쓴웃음을 짓다못해 백골탕에서 거푸 흙탕물을 마시며
우리는
유격 자이안트를 목청껏 부른다 

목숨바쳐 조국을 지키겠노라는 이등병 계급장도 없는
훈련병의 군복은
하얗게 하얗게 소금에 절여져 있고
처음 걸어보는 250리 길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어느사이 새벽 안개속을 걷고 있다. 

입대후 45일만에 
국군도수체조,집총16개동작,총검술연무16개동작,태권도 고려장품세,적벽돌 격파,열병 분열을 선보이고
신병교육대를 수료하며 받은
백골용사상과 9박10일의 포상휴가
9초10의 시간처럼 지나고 
60만 촉광에 빛나는 이등병은
칠흑의 어둠을 뚫고 
대남방송이 왕왕거리는
서울초소 남방한계선을 지난다. 

이등병이 밤낮이 바뀌어 시차적응을 못해 근무중 눈뜨고 자는데
완전군장에 깍지끼고 푸샵 300개가 기다리고 있구나
죽자살자 푸샵 300개가 끝나자
"니가 근무를 잘 서야 고향의 어머니께서 두다리를 쭉 펴고 편히 주무실 수 있잖아"
내무반장의 그 말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막내의 근무사고를 더이상 문제시 하는 새끼 있으면 그 새끼 내가 죽여버릴테니 덮어 새끼들아"
이등병을 감싸주는 하늘같은 내무반장님 

6월의 김화벌은 동내의를 입어도 을씨년 춥기만 하다
밤낮으로 떠드는 그대들은 지치지도 않는가
'오라 북으로'
행복찾아 나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대들은 왜 거짓말만 하는가 

제2철책선에서 허둥거리는 노루야
너는 너무 어리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초원으로 돌려 보내주고 싶지만
그게 아니란다
나는 너를 보호해 주는게 아니라 
조국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이란다. 

"도로 작업하는 사병?"
여운이 길게 울리어서
잠시 쉬며 손을 흔들어 본다
"고럼고럼 흰 난닝구 입은 사병!"
그대들의 웃음소리 뒤에 이리떼의 붉은 기운이 감도는 것을 부인할 수 없어
소리 쳐 본다
"백골 조국은 너를 믿는다!" 

매일 아침마다 밥으로 먹는 햄버거
식탁에는 빵이며 계란후라이 팔뚝만한 소세지가 엇썰어 구워있고 사라다 5가론 딸기쨈깡통 오렌지쥬스 등이 널부러지듯 수북하게 쌓여 있고 개인당 매월 45봉의 특식라면은 윽박지르는 고참들이 챙겨준 식은밥을 말아 먹으며 이등병이 새벽의 언몸을 녹이며 낄낄거린다. 

모든 병사들이 하얗게 움직이고 있다
태극1장,태극2장....금강,고려,격파,겨루기
치열했던 옹진반도의 백병전은
뱩골혼이 되어 백골용사의 가슴에 살아 숨쉬고
돌려차기 이 한방으로 물리치리라, 

여기저기
빨간색 역삼각형에 흰글씨 지뢰 표시가 
그져 그런 전시용 푯말인줄 알았는데
저기 저 코앞에 누워 있는 고참은
방금까지 와수리똥치가를 함께 부르며 낄낄거렸는데
그리고
두달 뒤면 휴가라는데
두달 뒤면 첫 정기휴가라는데
영영 집에를 못 가는구나 

남자에게도 순정이
군인에게도 순정이
수류탄 폭약냄새 가득히 퍼지는 백골OP 
시베리아계곡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천년만년 알콩달콩 살자던 그 허무한 맹세는
고무신 꺼꾸로 신었다는 미친년의 그 청첩장으로
자폭한 청춘의 영혼이 구천을 떠돌아
눈물을 흠치기도 전에 궂은 비가 내리고
A급 군복에 사방팔방 흩어진 살점을 눈물을 삼키며 담아본다 

대득봉 굽이치는 산세를 따라 걷고 또 걸어
전곡의 어느 동리를 지나
빙점보다 더 차가운 한탄강 물살을 야간수중침투로 질러
심장의 요동마져 이성을 잃어도
공격 앞으로는 멈추지 않고
타는 목마름에 한 웅큼 하얀 눈을 입에 털어 넣고
또 전진해 가는 것은
조국이 있기에 내가 있다는
백골 사나이의 멋임을 누가 모르랴. 

민통선 4초소의 새벽은
농부들의 힘찬 경운기엔진의 카레이싱과 함께 시작한다.
푸짐한 양념의 사제김치를 맛보며
파라다이스 군생활을 꿈꾼다. 

28kg 완전군장에 방독면 착용하고 10km 구보
숨 막히는 고통의 45분 주파측정
'알아야 산다'는 구호보다
이게 숨 막혀 죽는 느낌인가? 

"맞을 짓을 하지말자,기준!"
군인의 일상이 이 구호와 함께하며
5시55분 취침구호와 함께 6시 기상이라
서비스로 3시간씩이나 재워주는 포상도 있구나
야삽 하나로 화목 5개를 곰배산 뒤로 산 세개를 넘나들며 3시간이 통제시간
"북녘땅은 갈망한다 백골의 진격
수사불패 골육지정 우리의 정신
오성산 넘고넘어 평양을 찾고
백두산 병사봉에 태극기 꽂자
아아 자랑스런 백골분대장"
얼마나 소리를 지르라고 날계란이 군인의 식기에 매일 올라오다니
"알아보자,알아보자 날계란에 대해 알아보자..."
그렇게 매력있는 남자 멋진 사나이인 백골분대장의 길이 보이고 

600km 
1500리 행군...
길은 멀어 9박10일...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도
전우의 철모를 받고 군장도 받아  짊어지고 걷는다
동이 트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구부러져 버린 담배 한산도는 하얗게 연기를 내 뿜는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그대에게도
한가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는 우리는 골육지정의 전우
한 모금 담배 연기를 토해 내고는
하얀 이빨을 그대는 내 보인다. 

천불산 금성계곡 특수수색정찰대 21명의 병사는
가슴에 박쥐휘장을 달고는
육군본부 소속도 되고
주한미군 소속도 되고
그래도 백골이기에
그렇게 그렇게
전역대기도 없이 시월의 빙점과 찬서리를 맞으며
땅굴시추대의 위용을 보며
수색과 매복으로 온밤을 지새운다. 

옷 다리고 군화 닦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워
온 밤을 지새워도 피곤한 줄 모르고
엄마 얼굴
사랑하는 그대의 얼굴
달리는 고향 열차의 기적소리는 힘차기만 하다 

그렇게 그렇게... 

고요의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이 밤!
너의 편안함을 위해
나는
이 밤을 기쁨으로 지새웠다. 

안녕
926일의 군생활! 

(80년대 중반군번 일반보병의 군생활)
의정부 306보충대 입영 

백골신병교육대 입소
선임(향도) 지원
백골OP견학 20km행군
백골유격장
백골사단헌병대견학 20km행군
100km 행군(24시간내)
백골이병
백골용사상 9박10일 신병포상휴가(입대45일) 

백골OP관활중대 배치
GOP경계병
태권도 1단승단 

백골일병 진급
지뢰사망자 수습
수류탄자폭 사망자 시신수습 염처리
GOP철수
FEBA 청아리대대
추계진지공사 

부대인원조정 전출
50km행군
연대 RCT훈련
300km행군(6박7일)
대대 ATT훈련
200km행군(2박3일)
혹한기훈련
28kg완전군장 방독면착용 10km구보 45분내주파 측정 
120km 행군(30시간)
1차 정기휴가
동계종합훈련 
28kg 완전군장 방독면착용 10km구보 45분내주파 측정 
300km 행군(4박5일) 

백골상병 진급(1개월 조기진급)
DMZ작업
춘계진지공사
민통선4초소 
대대체육교관
용두진지 취사병
5군단 폭파교육대 입소 

백골병장 진급(6개월 조기진급)
백골유격장
을지종합훈련
203유탄발사기사수
K1 4련장 사단최초발사
200km 행군(2박3일) 

백골분대장교육대 입소
백골유격장
도피탈출 훈련
100km 행군(22시간)
백골하사 임용 

혹한기훈련
28kg 완전군장 방독면착용 10km구보 45분내주파 측정
200km 행군(2박3일)
대대 ATT훈련 
600km 행군(9박10일) 

부대재편성 부대 싸리골이동
대대종합훈련
100km 행군(24시간)
작계전술훈련
DMZ작업
춘계진지공사
민통선 4초소
선봉멸공훈련
용두진지
내무반장
민통선 4초소장
백골유격장
도피탈출 훈련
100Km 행군(24시간)
대리 소대장
2차 정기휴가
을지포커스훈련
대리 중대장
3차 정기휴가 

금성계곡 특수수색정찰대장 

백골하사로 전역
926일 군생활 

행군:
무박1일  100km 5회(120km 포함)
2박3일    200km 3회
4박5일    300km 2회
9박10일  600km 1회
(20~50km는 13회) 

28kg 완전군장 방독면착용 10km구보 45분내주파측정 3회 

휴가:
포상휴가 1회
정기휴가 3회(조기복귀 2회)
포상휴가증 8장 반납 

유격 4회
도피탈출훈련 2회 

연대 RCT훈련
대대 ATT훈련 2회
혹한기훈련 2회
동계종합훈련 
을지종합훈련 
대대종합훈련 
작계전술훈련 
선봉멸공훈련 
을지포커스훈련 

교육:
백골신병교육대 
5군단 폭파교육대 
백골분대장교육대

댓글


-
익명
수고 하셨습니다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멋진글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그 시절 군인들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고생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훈련,행군도 힘들지만 병장 달기 전까지 옺갖 구타와 괴로힘,얼차래가 더 힘들었네요.
남들 유격만 받는데 20X는 매년 공수훈련까지 ㅠ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추억의 결전유격장 유격대장 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6.25 전쟁의 혼이 서린 그 곳은 참으로 인상깊은곳이었지요.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88년 9월 올림픽때 사진 배경뒷쪽 가장높은곳 3줄타기조교했읍니다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예~~반갑습니다
어쩌면 제 직속후임이 될수도 있었을테니 더없이 반갑습니다
딱 같은 시기...
저는 올림픽 때문에 1달을 더하고 올림픽 끝나자마자 좋은 특명받고 제대 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낭만…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슬프지만 낭만!
2024.12.20
답글 추천 0

-
익명
낭만미쳤네 훈련뭐가이렇게많대요 하다죽겄네
2024.12.21
답글 추천 0

국방 연구실

전체 자유 질문 정보 체력단련 헌혈 장교 부사관 군무원 공무원 용사 군가족 국민 기타
장교 진급관련
+ 3
-
익명
2024.12.26
작성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