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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군 급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김주원
2025.01.07 추천 1 댓글 2

 

한번도 군 급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15년 만에 근속 진급을 해서 상사를 달고 연봉 3천 조금 넘을 때, 고등학교 중퇴한 친구가 학원에 책 배달을 하면서 연봉 6천을 받는다고 할 때도 그냥 직업이 다르고, 역시 돈을 벌려면 사회로 나가야 하는구나 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군대 일이 어렵지 않았다.


시키는 일의 수준은 높지 않았고, 이게 뭐라고 해야 할까. 잘 하려면 진짜 한도 끝도 없이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오히려 사격이나 훈련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짜증이 날 때가 있었다.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답답하고 짜증났던 부분들은 공문이나 지시로 행정사항에 날짜며, 필요한 양식이며 보고하기 편하게 정리해 공문을 하달했을 때, 그 보고기한이며, 양식이며… 그냥 내려준 문서에 빈칸을 채우면 되는 것들조차 엉망으로 올라오는 예하부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는 이런 걸로 전화하면 그래도 예의상 [잘못했다]는 후배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군무원이 받아 [저도 전파 했는데 아무도 응신을 안 해요]라고 한다.

그 응신이 안 될 때 내가 당신에게 하는 것처럼 전화도 하고 확인도 하는 게 너의 일이라고 하고 싶지만 참았다.

책상 위에 딱 올려줘야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 책상 위에 자기가 할 걸 딱 올려놓고 하는 사람에게 뒤쳐질 것이다.

 

중사 때였다… 육군에서 당시 병사들에게 설문을 받았을 때, 장교의 문제는 진급과 보직을 위해 줏대 없이 상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 부사관은 장교보다 체력단련을 하지 않고 직무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이 두 가지 내용이 나왔었는데, 이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군생활을 하면서 딱 두 가지만 잘 하려고 애썼다.


체력단련 시간엔 체력단련을 했다. 체력검정에서 특급을 받은 적은 많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군생활 기간 동안 1급은 받았다.

직무 발전을 위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내리는 문서에 대해, 내가 맡은 직무 범위에 대해서는 6가지를 연계해서 업무를 했다.
군인사법-군인사법시행령-국방부훈령-육군규정-지시-사단행정예규.

이 여섯 가지를 확인하면 그 누구로부터 어떤 문의를 받아도 어려움이 없었다.

 

업무상 종종 장교와 갈등이 생길 때가 있었는데,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위 두 가지로 해결이 되었다.
당신이 나보다 군인으로서 체력이 좋냐? 하는 업무 분야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느냐? 이 두 가지로.

나머지는 서로 국방에 기여하는 분야가 다르니 서로 존중하면 될 일이다.

 

이제 시간이 흘러 적은 급여라 할 수 없는 급여를 받고, 계급을 떠나 나이와 군 경험만으로도 대부분의 장교로부터 존중을 받으니 참 고맙고 새롭다.

오히려 중령, 대령보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은 7-9급의 군무원들이지만, 어차피 세상은 변하고, 행정직위에 군무원이 더 늘어난다면 결국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적응해야 할 부분이다.

 

이건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직업문화와 분위기가 바뀌는 것이니 적응해야 하는 것이다. 인성이나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신분을 떠나 도태될 것이다.
단지 그게 내가 보기에 즉각적이지 않을 뿐. 라떼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군인답고 존경할 만한 장교와 지휘관이 종종 있어서 큰 위안이 되었다.

옛날 같았으면 말을 타고 칼을 휘둘렀을 것이 분명한 무장의 기질이 충분한 사람들이 군에 있어야 한다.

 

[헌신][노력]이라는 그 단어의 뜻에 꼭 맞는 몇몇 후배들이 있어서 무척 행복했고, 그들이 잘 될 때 함께 기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언젠가 눈이 많이 온 날, 부서원과 단체사진을 찍었는데, 소령, 대위, 중위, 상사, 하사가 찍은 사진이. 지금은 대령, 소령, 대위, 원사, 상사가 되어 있어서 새삼 감사하게 된다.

 

함께 했던 동료 전우들이 유능하고, 군인답고, 헌신하는 군인들이면서 그들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고 행운이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모두 어려움이 있겠으나, 결국 사람이 남고, 그들과의 추억이 남고, 그렇게 흐르는 시간에 나의 젊음과 노력이 함께 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댓글


-24년 7월 9일 제보
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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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신 말슴 감사합니다.
2025.01.28
답글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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